반응형 역사, 문화, 문학, 예술17 텔레비젼의 등장과 일본 주택 가구의 변화 차양에는 물론 실용성이 있다. 창을 열어놔도 실내에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여름에는 햇빛을 가려줄 것이다. 비를 피하는 것은 집 안에 사는 인간만이 아니다.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작년 말벌 벌집이 연꽃처럼 남아있다. 박새가 두껍닫이에 둥지를 트는 것도 이 차양이 있기 때문이 틀림없다. 눈이나 입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잠자코 남에게 도움이 되다는 점에서도 차양과 귀는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 "그러니까 말이죠. 한 1960년 전까지는 도편수가 시공주의 주문을 듣고 곱자와 경험과 감으로 집을 지었거든요. 공동주택 사이즈의 다다미도 아직 등장하기 전이죠. 오동나무 장롱, 삼면 거울, 서안 같은 상투적인 가구가 아무 말 안 해도 다다미방에 균형있게 자리했습니다. 집이 확 바뀐 건 도쿄 올림픽 전후예요.".. 2023. 7. 6. 일본 하이쿠 - 가는 봄이여... 詩: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行く春や 鳥啼き 魚の目は泪 ゆくはるや とりなき うおのめはなみだ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헤어짐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게 되어 있다. 바쇼는 이 시를 통해 봄이 다해갈 무렵 제자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봄도 지나갈 무렵, 그 아쉬움을 참기 어려워 새는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이 흥건하다. 그것은 바로 바쇼 일행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한 석별의 슬픔을 나타내고자 허공의 새와 물속의 어류를 빌려왔다. 봄날의 이별은 왠지 더 가슴 아프다. 계절어: 가는 봄(여름) 마쓰오 바쇼 외 지음, 오석륜 옮김, 2006, 『일본 하이쿠 선집[日本の俳句の選集]』, 책세상, 34쪽. 마쓰오 바쇼 하이쿠의 완성자이.. 2022. 10. 11. 기억의 정치성 - 개인 기억, 집단 기억 개인기억과 집단기억은 사회적 구성물이다. 개인기억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개인기억은 사회의 지배담론을 반영하기도 하고 그 지배담론을 강화하기도 한다. 사회의 지배담론은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이런 점에서 기억은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사회는 서로 다른 필요와 이해를 지닌 집단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집단들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과거를 재구성하려 할 것이다. 그들은 과거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 테고 그 결과 상호 갈등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들의 해석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설 것이다. 기억 전쟁이니 역사 전쟁이니 하는 .. 2022. 10. 1. 아픈 마음을 나의 2층에 들인다 지구 서랍 詩: 이 병률 터미널에서 스친 한 노인이 한 손에는 약봉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마음이 아파서인지 몸을 반쯤 접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순수하게 했는데, 나한테 이러믄 안되지 나는 마음의 2층에다 그 소리를 들인다 어제도 그제도 그런 소리들을 모아 놓느라 나의 2층은 무겁다 내 옆을 흘러가는 사람의 귀한 말들을 모으되 마음의 1층에 흘러들지 않게 하는 일 그 마음의 1층과 2층을 합쳐 나 어떻게든 사람이 되려는 것 사람의 집을 지으려는 것 나의 마련은 그렇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히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지구 뿌리에 빗물 전해지듯 당신들이 이 지구에 귀함을 보탤 거라면 나의 완성은 그렇다 지구 사람 가운데.. 2022. 9. 25. 시인 도연명이 사랑한 사계절의 아름다움 사계절 四時 詩: 도연명 陶淵明 봄물은 못마다 가득한데 여름 구름 떠가는 우뚝 솟은 산봉우리 가을달은 휘영청 밝은데 겨울 산마루에 빼어난 소나무 한 그루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四時(사시): 오언절구의 효시라 할 수 있으며 우리 할아버지들이 서재와 대문에 써 붙여놓고 읊조리던 명구다. 기세춘, 신용복 엮음, 1994, 『중국역대시가선집 1』, 돌베게, 618쪽. 도연명(陶淵明, 365년~427년)은 중국 동진(東晉) 후기에서 남조 송(宋)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이다.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들 중 한 명이다. 29세부터 10여년 간 지방관리로 일하다 현령의 자리를 내려놓고 심양에서 전원시인으로 명성을 얻었.. 2022. 9. 24.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이 사실은 [6.25전쟁 이후에 복원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심사 당시 한국을 방문한 심사관들은 처음에는 하나같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떻게 진품이 아닌 '복제품'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측이 준비한 자료를 내밀자 입을 다물었을 뿐만 아니라 자료 조사 후 감탄을 연발했다고 한다. 이 자료는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로 화성 건축에 대한 완벽한 공사기록서이며 한국건축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확하고 풍부한 내용을 가진 자료이다. 공사 일정에서부터 관계자 명단, 공문서, 인부들의 실명과 일한 날자, 지급 노임, 자재 명칭과 수요, 들어간 비용 내역 등 공사에 관한 모든 것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 2022. 9. 16.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