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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anJo's Curi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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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문화, 문학, 예술17

고구려 사람들이 백자를 썼다고? - 미술사 전공자의 수난 동료의 집에 처음 놀러 간 날, 갑자기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동료가 나를 가리키며 "이 언니는 도자사를 전공했어" 하고 소개하자마자, 그의 아버지가 반색을 하며 안방에서 조그만 항아리 하나를 꺼내 오셨다. 그러고는 아주 신이 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도자기를 공부했으면, 이게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알아요? 이 항아리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어머니 방에 놓여 있었던 거라고." 둥글납작한 형태에, 항아리 어깨에는 팬지처럼 생긴 파란 꽃이 그려진 백자였다. 20세기 전반에 무척 많이 만들어진 디자인이라, 지금도 골동품상을 지나다 보면 선반에 하나씩은 올려져 있는 비교적 흔한 물건이다. 물끄러미 항아리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재차 질문이 쏟아졌다. "어때요, 만약에 판다면 얼마 정도 받을 수 있.. 2024. 2. 17.
화가 박수근의 고향, 양구에 세워진 박수근미술관 최근 한국 화가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제가 이 원고를 쓴 시기이기도 한 2021년 말부터 네 달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다해서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당장 어떤 전시가 흥행하는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 전시 태그들을 검색하면 어느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글을 쓰는 저는 오히려 때를 노려 조용한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 박수근미술관은 아무래도 서울에서 거리가 좀 되다 보니, 평일엔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출근 시간을 살짝 피해서 출발했습니다. 홀로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저처럼 혼자 미술관에 가보세요. '호캉스'는 체력을 충전하는 데 그만이지만, '미캉스'는 마음을.. 2024. 2. 14.
유현준 교수가 말하는 건축과 권력의 관계 돔은 예부터 교회나 왕 같은 종교적 혹은 정치적 권력을 상징하기 위한 건축적 요소였다. 이유는 돔 건축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돔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돔 모양으로 나무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나무 구조체 위에 콘크리트나 돌로 돔을 쌓아 올리고 공사가 완료되면 나무틀 구조체를 철거한다. 이렇게 비용이 들다 보니 당대 사회의 최고 권력자가 아니면 가질수 없는 건축 공간이 돔이었다. 돔의 도시로 유명한 로마에는 '판테온'의 돔과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있는데, 고대 로마의 황제나 르네상스 시대 교황 같은 당대 최고 권력자들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후 시대가 바뀌었으나 돔은 계속해서 국회의사당 같은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여의도의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에도 돔.. 2024. 2. 12.
이백(李白)의 대표적인 송별시 - 벗을 보내며 벗을 보내며 送友人 詩: 이백 李白 푸른 산은 성 북쪽으로 비껴 있고 하얀 물은 성 동쪽으로 돌아 흐른다. 이제 헤어지면 그대는 정처 없이 홀로 만리 길 가리. 뜬구름은 나그네의 마음이요 지는 해는 벗의 심정이라. 손 흔들며 떠나가니 짝 잃은 말도 히이잉 우네. 靑山橫北郭(청산횡북곽) 白水繞東城(백수요동성) 此地一爲別(차지일위별) 孤蓬萬里程(고봉*만리정) 浮雲遊子意(부운유자의) 落日故人情(낙일고인정) 揮手自玆去(휘수자자거) 蕭蕭班馬鳴(소소반마*명) * 孤蓬(고봉) : 뿌리뽑힌 다북쑥은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므로 흔히 홀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유한다. 여기서는 떠나가는 친구를 의미. * 班馬(반마) : 대열에서 떨어진 말 송별시의 새로운 정취를 열었다고 평해지는 시이다. 푸른 산, 맑.. 2024. 2. 11.
최초의 화약무기를 개발한 고려의 최무선 왜구 토벌을 고심하던 최무선에게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화약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송나라 초기인 10세기 무렵부터 화약을 제조하고 이를 이용한 화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조기술은 극비에 부쳐졌기 때문에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화약은 14세기 초 공민왕 대에 이르러서야 고려에 전해지게 되었다. 당시 왜구의 극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고려 왕실은 화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중국에 사신을 보내 끈질기게 화약 공급을 요청했다. 마침내 1372년(공민왕 21)에 간신히 중국으로부터 염초와 유황 등 화약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는 최무선이 화약을 제조하기 이전에 이미 화약의 구성 물질에 대한 기초지식은 어느 정도 알려졌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화약의 주원료 중 하나인 .. 2024. 2. 3.
그림[회화]을 감상하는 네 가지 방법 그림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 먼저 그림이 어떤 목적에 쓰였는지를 물을 수 있다.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들소의 그림은 만 오천년전 스페인의 한 동굴 천장에 그려진 것이다. ... 우리의 동굴 화가는 동굴 안에다 들소의 모습을 잡아두면 진짜 들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지 모른다. [아래 그림은 나사로가] 소생하는 이야기를 더 없이 명료하게 묘사한다. '손발은 베로 묶여 있었'던 나사로가 무덤 밖으로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자주색 옷을 입은 예수는 그윽한 손길로 나사로를 부른다. 기적을 보기 위해 '둘러선 사람들' 중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한 손을 올리는 사람도 보인다. ... 나사로의 일화를 아는 사람들은 그림의 주제를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교회 장식의 일부분이..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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