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이 사실은
[6.25전쟁 이후에 복원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심사 당시 한국을 방문한 심사관들은
처음에는 하나같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떻게 진품이 아닌 '복제품'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측이 준비한 자료를 내밀자 입을 다물었을 뿐만 아니라
자료 조사 후 감탄을 연발했다고 한다.
이 자료는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로 화성 건축에 대한 완벽한 공사기록서이며
한국건축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확하고 풍부한 내용을 가진 자료이다.
공사 일정에서부터 관계자 명단, 공문서, 인부들의 실명과 일한 날자, 지급 노임,
자재 명칭과 수요, 들어간 비용 내역 등 공사에 관한 모든 것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시설물들을 그림으로 설명한 도설이 있어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성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꼼꼼하게 확인한 유네스코 관계자들은
그제야 수긍을 하고 등재를 허락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화성성역의궤》는 1796년 8월에 2년간의
성곽 축조를 끝내고 정조의 명으로 두 달여에 걸쳐 편찬한 책이다.
성곽 축조 과정 때부터 철저한 기록이 남아있었기에 세밀하고 광범위한 편찬이 가능했다.
이를 오늘날로 말하면 바로 건축공정 업무일지다.
그런데 정작 그보다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여기저기 기록 누수로 펑크가 나고 있다.
IMF 당시에는 정책 결정 과정을 밝힐 기록물이 없어 책임자를 규명할 수 없었다.
1994년 10월 서울 한복판의 출근길에 발행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나'
이듬해 6월 29일에 502명의 사망자를 낸 '삼품백화점 붕괴 사건'도 마찬가지 이다.
삼풍백호점 붕괴 후 설계자와 시공자, 감리자, 해당관청 사이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각 건설 공정에 대한 기록물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공무원이나 감리 감독자들이 각 건축 공정별로
시공자와 기술자, 감리자를 명확히 기록, 사고가 날 경우
끝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전통이 있다.
이같은 공정 기록이 사고 발생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막는 구실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사고 후 기록관리도 문제다.
선진국에서는 대형 참사를 겪은 후 사고 원인부터
대처 과정, 개선 사항 등을 기록한 《재난 백서》를 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난 백서》는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훼리호 사고 이후 단 6권 뿐이다.
그중 2000년대 이후 발간된 것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2003년)'과
'천안함폭침 사건(2010년)'과 관련된 두 권에 지나지 않는다.
...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이후 대략 20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은 또다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장면에 울음을 삼켜야 했다.
이날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참사 역시 관리 부재에 따른 안전불감증
때문이었다.
선사는 장기간 배의 적정 적재량을 허위 기록했다.
이날 세월호는 최대 화물 적재랑 1,077톤의 두 배에 달하는 2,142 톤의 화물을 싣고,
배의 무게 중심을 지켜주는 평형수를 1,308톤 빼내고 운행했다.
2013년 3얼 15일 운항을 개시한 이래, 총 241회 운항 중 139회에 걸쳐 과적운행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기록 조작에 선사의 회계 부정까지 추가된 명백한 인재人災다.
- 이찬영 지음, 2016, 『기록형 인간 - 일, 생각, 미래를 기록하면 삶이 달라진다』, 매일경제신문사, 115-117쪽.
직장에서 승진을 위해 억지로 시작한 기록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체험하고
‘기록 마인드’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업무에 기록 경영을 접목하면서 발생하는 경이적인 효과를 목격한 후
인생 2막을 기록관리 디자이너로 살기로 마음먹고
현재 한국기록경영연구소 대표로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돕고 있다.
지속적으로 기록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기록 및 콘텐츠 관리 등에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역사, 문화, 문학, 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픈 마음을 나의 2층에 들인다 (8) | 2022.09.25 |
---|---|
시인 도연명이 사랑한 사계절의 아름다움 (10) | 2022.09.24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6) | 2022.09.15 |
일본인의 배수진(背水陣), 중국인의 배수진(背水陣) (4) | 2022.09.12 |
문자의 탄생과 인류 문명의 시작 (8) | 2022.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