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건강, 라이프스타일10 '미스터 트롯' 으로 코로나 시기를 이겨냈습니다. 평생 들은 것보다 많은 트로트곡들을 집중적으로 들으며 지낸 시기가 기억납니다. 2020년 봄, 팬데믹이 심각하게 번져나가던 때였습니다. 카페에도 갈 수 없고, 식당도 일찍 문을 닫고, 확진이 되면 어디를 다녀가서 누구를 만났는지가 공개되며 비난받기에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운 때였습니다. 겨울 한 달을 집에 칩거하며 마감한 원고의 출간은 무기한 미뤄지고, 아이디어를 써보낸 광고 론칭이 취소되면서 돈도 해명도 사과도 받지 못했어요. 질병에 감염되거나 사망하거나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제 처지가 특별히 힘든 것도 아니었죠. 다만 갑자기 많아진 시간이 어색해 밤마다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경연 프로그램 2024. 2. 9. 늘 최선을 다하나요? 은퇴 후에 후회합니다. "후회요? 아무 데나 최선을 다한 점이죠." '은퇴한 후에 가장 후회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내 질문에 대한 P씨(57세)의 대답이었다. ... "직장 다닐 때 술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술 잘 마시고 의리 있고, '스킨십' 좋은 사람으로 통했죠. 잔소리하는 아내한테 '술자리에서만 오가는 고급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고 큰소리치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말짱 헛것이더군요." ... A플러스급 고급 정보는 술자리에 떠돌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 엄청 시간이 걸린 셈이죠." ... "은퇴하고 보니까 내 딴엔 열심히 한다고 한 것들이 한결같이 쓰잘데없는 것들이었어요. ... 엉뚱한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느라 정작 소중한 걸 놓쳐버렸어요." ... "일에 올인하다 보니까 가족과 함.. 2024. 2. 2. 책상이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입니다 서재의 중심은 책상이다. 책상은 서재의 문패와도 같다. 책상이 있다면 그 공간을 서재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가장 완벽한 서재는 책상 하나가 놓인 적절한 크기의 텅 빈 공간일 것이다. 책장이 인풋의 장치라면 책상은 아웃풋의 도구이다. 책장이 인트로라면 책상은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책상은 '나'라는 주체성의 기물적 상징이다. 독립된 인간은 반드시 자기만의 책상을 소유해야만 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바를 단 하나만 말하라고 한다면, "어떻게든 당신만의 책상을 가져라!"이다. 당신만의 책, 당신만의 노트, 당신만의 연필, 당신만의 지우개, 당신만의 스탠드 조명을 둘 수 있는 당신만의 책상. 목수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을 빌려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2022. 10. 8.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 잡지 《태양》의 1998년 8월호 특집은 '수집가, 가보를 모으는 사람들 총집합!'이었다. 이 장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영원한 나만의 대유행' 기사에는 수집가 열다섯 명이 등장한다. 수집대상은 네온사인 벽시계, 의자, 새의 깃털,빌리켄*, 미술품, 가구 등에 이어 도자기 요강까지 있어 감탄을 넘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 빌리켄: 머리가 뾰족하고 눈썹 끝이 치올라간 짖꿎은 어린아이 모양을 한 행운의 동상 흥미롭게도 열다섯 명 수집가 가운데 여자는 만화경과 페즈 캔디를 모으는 두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남자였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수집가 가운데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분의 2라고 할 수 없다. 모두 남자로 해 버리면 균형이 맞지 않으니, 여자를 몇 명이라도 끼워 넣으려고 편집부가 고.. 2022. 9. 27. 목욕탕에서 마음의 때를 벗깁니다 사람 말소리가 끊어진 목욕탕에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내 경험 상 평일 저녁 8시 이후의 목욕탕이 주로 그렇다. 혼자 목욕하러 온 분들은 말없이 몸을 씻고 때를 민다. 그런 분들이 만든 묵직한 침묵, 그 침묵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고 있으면 남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온 독한 말들이 몸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간다. 탕에 앉아 묵은 각질을 불리며 마음에 낀 말의 때도 함게 녹이곤 한다.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더는 곱씹지 않고 땀과 함께 내보낸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인생 극장의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다. 그 무대 위에서 실언, 실수, 아차차 싶은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표현된 형식이 부적절한 말부터 가래침 처럼 퉤 내뱉은 말까지 좋지 않은 말을 많이 들으.. 2022. 9. 11.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키덜트'가 아니라고요 피터 팬 콤플렉스와 키덜트를 증오한다. 집에 장난감이 좀 있으면 다 같은 통속으로 범주화하는 풍토에 저항한다. TV에 나오는 여러 셀럽들이 베어브릭이나 이런저런 희귀한 일제 다이캐스팅 피규어, 세그웨이 같은 전동 제품들을 집 안에 장식해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좀 뭐랄까... 같은 장난감 애호가지만 그건 내 문화가 아니다. 아니, 보고 있으면 솔찍히 내가 다 부끄럽다.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을 갖고 '내 취미는 이런거야, 순수하지? 귀엽지?' 이러는 것 까지는 참을 수 있겠는데 그걸 전시하듯이 내놓고 어린 시절 추억과 합금한다던가, 불이 들어오는 케이스에 가둬둔다던가, 박스채 보관하며 가격을 운운하는 모습들은 왠지 패션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키덜트, 피터 팬 콤플렉스를 소년의 순수함이나 크리에이티브와 연관짓.. 2022. 9. 10.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