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JuanJo's Curiosity
반응형

박물관, 미술관, 라키비움10

박물관 유물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요? 태명을 뭐라고 불렀든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때 평생 함께 할 이름을 새로 짓는다. 더불어 출생 일시와 장소도 신고한다. 출생신고를 마쳐야 국민으로 인정하는 주민등록번호가 나온다. 유물도 사람과 비슷하다. 박물관으로 오면 새로운 이름, 즉 박물관의 이름 짓는 방식에 따라 공식적인 이름과 일련번호를 받는다. 일련번호는 박물관의 자체 분류기준에 따르는데, 유물의 나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박물관에 들어온 순서이다. 이 일련번호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고유한 번호이다. 사람들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지만, 유물은 아예 자기 몸에 유물 번호를 지닌다. 일종의 문신이다. ... 그런데 유물이 세트로 구성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번호를 부여할까? 만약 세 점이 한 세트로 이루어졌다면 첫 번째는 ㅇㅇㅇㅇ(3.. 2024. 2. 18.
19세기 미술관의 고민: 리얼리즘과 인상주의의 등장 19세기에 미술사와 박물관은 미술을 역사화[歷史化]했다. 미술작품에 있어서 최고의 영예는 역사적 가치를 획득하는 일이었다. 미술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역사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19세기 유럽 각국의 아카데미 화단은 역사화(歷史畵)에 주력하고 있었다. 동시대 작품으로서 박물관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역사화뿐이었다. 그러나 이미 19세기부터 이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드세게 나타났다. 이른바 미술의 '탈(脫) 역사화' 경향이 크게 두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하나는 미술의 정치화로서, 프랑스 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의 경우처럼 미술이 사회현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려는 경향이었다. 이는 흔히 '리얼리즘(realism)'이라고 불린다. 다른 하나는 미술의 더욱 극대화된 심미화(審.. 2024. 2. 1.
박물관이 어떤 전시를 할까 결정하는 과정 [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전시 주제는 큐레이터가 진행하고 싶은 전시 기획안을 제출하면 이를 내·외부적으로 검토하여 정한다. 제안자인 큐레이터가 전시 주제와 목적, 방향성, 대표 작품, 타깃층, 관람객 목표 등을 정리해 프레젠테이션 하고 참석자의 질의 응답 절차를 거치면 올해, 혹은 이듬해의 전시가 선정된다. 전시 중에는 자체 기획 외에도 국내외 기관과의 연합전, 외부 기획사의 큐레이팅을 가지고 와 전시하는 일종의 대관전도 있다. 또 국외에서 전시한 적 있는 유명 전시를 국내로 가지고 와 공개하는 투어링 전시도 있다. 투어링 전시라 하더라도 전시 공간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큐레이팅을 통해 국내 사정에 맞추어 재구성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지역 .. 2022. 10. 22.
내 평생 발굴에서 안 나와야 할 유물이 나왔다 경주 천마총 천마도 장니(천마도) 발굴기 구술: 김정기 - 전 국립박물관 고고과장, 한림대 교수 천마총에서는 '천마도장니'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직접 발굴하셨습니까? 김정기: 그건 나 혼자서는 못하죠. 그때는 나와 네 사람이 같이 발굴했는데 만약 혼자 발굴했으면 다 깨 버렸겠지요. 그때 이야기를 일본 책에 썼을 거야. 내 평생 발굴에서 안나와야 할 유물이 나왔다고 한탄했던 것은 '천마도장니*'뿐이었어요. * 장니는 말을 탄 사람이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말 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는 기구다. 왜냐하면 '천마도장니'는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포개어 누빈 판 위에 그린 건데, 이게 유기물이잖아요. 천년동안 습기가 많은 땅 속에 뭍혀 있었던 건데 이것이 갑자기 건조되면 그대로 싹 가루가 되어서 흩어질 수.. 2022. 10. 10.
큐레이터의 딜레마 - 전시 연출의 방향성 미술관이 미술품의 전시실이라기 보다는 역사 교과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시 자체에 대해서 이스트레이크는 이사회에 대해 "그림의 크기나 질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벽을 채우기 위해서 어떤 높이든 간에 빈 곳을 모두 메워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하였다.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188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 줄로 작품을 걸게 되었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유파를 묶고 그림들을 눈 높이나 그보다 약간 높게 걸며 때로는 미학적으로 균형을 맞추어 유파들을 전시한다는 원칙은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공공 미술관에서 디스플레이의 원칙이 되었다. 현대 독일 작가 토마스 스트러스가 찍은 (1989)에는 우연하게도 초원의 성모가 담겨 있는데 이러한 역사적·미학적 디스플레이의 성격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2022. 9. 30.
박물관학은 과학인가 예술인가? 과학과 예술 사이의 구분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과학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객관적 원리의 적용을 의미하는 반면 예술은 비체계적이고 창조적인 시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박물관학은 과학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박물관 실무는 예술에 가깝다. 왜 박물관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느냐 하면 박물관학만의 독특한 이론이 없다고 이야기 되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학이 하나의 학문분야로 불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까지 확장되었는데, 1991년 테더(Teather)는 이렇게 '피곤한' 논쟁을 그만두자고 외치면서 이런 비생산적인 논의는 사람들을 박물관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박물관은 이론과 실무가 함께 존재하는 .. 2022. 9. 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