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行く春や 鳥啼き 魚の目は泪
ゆくはるや とりなき うおのめはなみだ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헤어짐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게 되어 있다.
바쇼는 이 시를 통해 봄이 다해갈 무렵
제자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봄도 지나갈 무렵, 그 아쉬움을 참기 어려워
새는 울고 물고기의 눈에는 눈물이 흥건하다.
그것은 바로 바쇼 일행의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한 석별의 슬픔을 나타내고자
허공의 새와 물속의 어류를 빌려왔다.
봄날의 이별은 왠지 더 가슴 아프다.
계절어: 가는 봄(여름)
마쓰오 바쇼 외 지음, 오석륜 옮김, 2006,
『일본 하이쿠 선집[日本の俳句の選集]』,
책세상, 34쪽.
마쓰오 바쇼
하이쿠의 완성자이며 하이쿠의 성인이라 불린다.
에도 시대 전기에 해당하는 1644년
일본 교토 부근에서 하급 무사 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아홉 살에 지역의 권세 있는 무사 집에 들어가
아들을 시봉하며 지냈다.
두 살 연상인 요시타다는 하이쿠에 취미가 있어서
교토의 하이쿠 지도자 기타무라 기긴에게
사사하는 중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하이쿠의 세계를 접하고
기긴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31세에 스승 기긴에게서 하이쿠 작법서를
전수받음으로써 독립된 하이쿠 지도자가 될 자격을
인정받았으며, 지금의 도쿄인 에도로 향했다.
산푸, 기카쿠, 란세쓰, 보쿠세키, 란란 등
뛰어난 젊은 시인들이 바쇼의 문하생으로 모임으로써
에도의 하이쿠 문단은 일대 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37세에 바쇼는 돌연 모든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고 후카가와의 작은 오두막으로 은둔해 들어갔다.
문하생 한 명이 파초 한 포기를 마당에 선물함으로써
오두막은 '파초암(바쇼안)'으로 불리게 되었고,
바람에 잘 꺾이는 파초를 무척 사랑해
바쇼는 자신의 호를 그때까지의 '도세이'에서
'바쇼(파초)'로 바꾸었다.
이 무렵 오니쓰라, 라이잔, 신토쿠, 곤스이 등
뛰어난 시인들이 바쇼의 새로운 하이쿠 운동에 합류했다.
그리하여 바쇼를 통해 본격적인 하이쿠 문학이 탄생하고, 단순한 경구나 번뜩이는 재치가 아니라
시인의 마음에 깃들인 깊은 시상을
17자의 제한된 형식 안에 응축해 표현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었다.
일본 문학에서 바쇼는 '방랑 미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근본 사상은 안주의 거부였다.
바쇼는 오두막을 거점으로 '인생은 곧 여행'이라는
사상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2,400킬로미터에 이르는 150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오쿠노호소미치』는 일본 기행문학의 꽃이라 일컬어지며 바쇼의 저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여행기에 실린 하이쿠들은 5·7·5 열일곱 자의 하이쿠가 독립된 시로 훌륭하게 자리 잡는 역사적인 출발이 되었다.
51세의 여름, 다시 방랑길에 오른 바쇼는 여행 도중
오사카의 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시신은 그의 유언에 따라 생전에 좋아하던
비와코 호수 부근의 절 기추지 마당에 묻혔다.
오석륜
시인 · 번역문학가 · 칼럼니스트.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인재개발원 교수를 거쳐 현재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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