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박물관, 미술관, 라키비움10 학예사가 큐레이터예요? "무슨 일 하세요?" "학예사인데요." "네? 하계사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종종 이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그럴 때마다 학예사는 학예연구사를 줄인 말이며, 박물관에서 일하는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덧붙인다. 그럼 또 큐레이터[curator]와 같은 거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바로 큐레이터라고 하면,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큐레이터가 왜 박물관에 있냐는 표정이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유물이나 작품을 관리하고 조사하며 전시, 홍보 활동을 하는 이를 일컫는다. 때로는 전시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는 일도 아우른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모두 큐레이터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는 현대 미술을, 박물관에서는 전통 미술을 전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2022. 9. 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옛날 목조 건물 도서관 "사카니시 군이 지금까지 가 본 도서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지?" 콤백 체어에 앉은 선생님이 물었다. "글쎄요." 나는 빨갛게 타오르는 그릴 안을 보면서 생각했다. 학창시절에는 대학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찾던 자료를 발견하면 용건은 끝이었다. ...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 구립초등학교의 오래된 도서관에 도달했다. "지금은 이미 부숴버려서 없어졌지만, 초등학교 교정 한쪽에 목조로 된 단층 도서관이 있었어요. 토요일이 되면 늘 거기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 독서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토요일 마지막 수업이었거든요." ... "목조의, 어떤 건물이었는데?" 선생님이 솔직한 호기심을 보이면서 물었다. "합각머리 지붕의 목조 단층집입니다. 마루는 나무로 되어 있었어요." "학교.. 2022. 9. 19. 박물관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서양에서 ‘박물관(museum)’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고대 그리스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무세이온(Μουσεῖον)이란 장소가 존재했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어로 ‘무사이(Μούσαι)’라고 불리던 뮤즈(Muse) 여신들을 위한 신전이었다. 뮤즈 여신들은 음악과 예언을 주관하는 다양한 여신들로 알려졌으나 아카익(고졸기) 시대의 시인인 헤시오도스가 9명의 뮤즈 여신들에게 이름을 붙인 이후에 그 역할이 분화되어 나중에는 천문과 역사, 음악, 비극 등 과학과 예술의 9개 분야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정착되었다. 따라서 문학과 예술을 관장하는 뮤즈 여신들을 위한 신전인 무세이온은 예술품의 관람이나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어 ‘무세이온’을 라틴어로 ‘무제움(Musaeum.. 2022. 9. 1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이야기 "나일 강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에 설계된 알렉산드리아의 국립도서관. 벽면에 세계문명을 상징하는 모든 나라의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글씨로는 '세월'이 들어가 있다." 이것이 내가 들은 도서관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 도올 김용옥의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1권에서 이 구절을 읽고 나는 한참을 상념에 빠졌다. 나일 강의 펠루카 위에서 한글로 쓰인 '세월'이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상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에 음각된 한글은 단어가 아니라 '세, '월', '여', '름', '강' 다섯 문자이며, 실제 글자는 한글을 모르는 석공이 새긴 듯 어색한 형태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 철학자는 이 문자들을 '세월', '여름', '강' 이라는 단.. 2022. 9. 2.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