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 사이의 구분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과학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객관적 원리의 적용을 의미하는 반면
예술은 비체계적이고 창조적인 시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박물관학은 과학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박물관 실무는 예술에 가깝다.
왜 박물관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느냐 하면
박물관학만의 독특한 이론이 없다고 이야기 되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학이 하나의 학문분야로 불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까지 확장되었는데, 1991년 테더(Teather)는 이렇게 '피곤한' 논쟁을
그만두자고 외치면서 이런 비생산적인 논의는 사람들을 박물관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박물관은 이론과 실무가 함께 존재하는 분야로
박물관학이 개념적 지식에 기초한 과학적 학문임을
계속 보여줬음에도 불구하도 이런 논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이 세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탐구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박물관학은 명백히 과학이며 하나의 학문 분야이다.
탐구의 중심에는 문화유산이 있고, 박물관학만의 전문자료들이 구축되어 있으며,
학습이론·디자인이론·정보학 등에서 나온 지식과 실무를 적용하여
박물관학만의 질문을 던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는 학자들이 여럿이다.
어떤 특정 분야의 독특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있어서
그 분야만의 전문 용어는 매우 중요하다.
박물관학이 융복합적 학문이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분야로부터
다양한 개념들을 차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중요한 용어들은 박물관학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
1970년대 유럽 박물관 공동체들이 박물관학을 새로운 학문으로 발전시키면서 만들어낸
Museal, Musealia, Musealization, Museality 가 그것이다.
'Museal'은 '박물관의(유물화)'라는 뜻이며, 'Museality'는 박물관에 들어오면서
유물에 부여되는 또 다른 현실을 일컫는다(Stransky in van Mensch 1992).
'Musealia'는 박물관 유물을 인류의 유산으로 만들어주는 선택된 정보들,
그리고 인류의 문화유산 그 자체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Musealization'는 어떤 사물이 'Musealia'로 변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물론 박물관의 유물들(museum things)이 박물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Museal'는 유물화(musealized)가 되어버린 박물관 밖의 사물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기념물, 장소, 빌딩, 도시까지도 'museum things'에 포함될 수 있다 하겠다.
이 책에서 사용된 [위의] 'M 단어'들은 미국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이런 용어들은 박물관의 맥락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줄 것이다.
키어스튼 F. 라탐·존 E. 시몬스 지음, 배기동 옮김, 2019,
『박물관학이 기초 - 진화하는 지식의 시스템』, 주류성, 45-46쪽.
키어스튼 F. 라탐
인류학을 전공하고 역사행정과 박물관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도서관정보경영학 영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타니 대학, 캔자스 대학, 북부보존과학센터, 미시간 주립대학,
볼링 그린 주립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2010년 켄트 주립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도서관 정보과학 대학에서
정보학이라는 관점으로 박물관학을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가르쳤다.
박물관학, 문서학, 생활경험 유물학 그리고 현상 조사방법 등에 대한
광범위한 저술활동을 하였다.
존 E. 시몬스
분류학과 생태학 이학사이며, 역사행정과 박물관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켄트 주립대학, 주니아타대학, 콜롬비아 국립대학, 북부보존과학센터의
겸임교수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지질학 및 미술관의 컬렉션
겸임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국제 박물관자문회사인 뮤제올로지아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배기동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고고인류학과를
거쳐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인류학 박사를 받았다.
구석기 고고학, 인류의 진화, 생태고고학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왔으며,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그리고 박물관학
관련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그리고 동 대학원 박물관교육학과의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2016년에 한양대학교 백남석학상을 수상했다.
국립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국립중앙박물관장, 유네스코 아태지역
국제교육원(UNESCO APCEIU) 이사회 의장, 한국박물관협회장,
한양대학교 박물관장, 전곡선사박물관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국제박물관협회 아시아태평양지역(ICOM ASPAC) 회장,
국제푸른방패위원회(Blue Shield International)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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