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JuanJo's Curiosity
역사, 문화, 문학, 예술

화가 박수근의 고향, 양구에 세워진 박수근미술관

by 후안조 2024. 2. 14.
728x90
반응형

 
최근 한국 화가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제가 이 원고를 쓴 시기이기도 한 2021년 말부터
네 달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다해서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박수근 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당장 어떤 전시가 흥행하는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 전시 태그들을 검색하면
어느 흥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
 
글을 쓰는 저는 오히려 때를 노려
조용한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
 

박수근미술관 전경: wikipedia

 
박수근미술관은 아무래도 서울에서
거리가 좀 되다 보니,
평일엔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그렇게 출근 시간을 살짝 피해서 출발했습니다.
 
홀로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저처럼 혼자 미술관에 가보세요.
'호캉스'는 체력을 충전하는 데 그만이지만,
'미캉스'는 마음을 충전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미술관 건물을 보는 재미도 있지요.  …
 
미술관에 도착하니
주차장 시설이 참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꼭 놓치지 말고 관람 전, 후에
주차장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 한잔 잊지 마세요.
카페 이름이 '수근수근'입니다.
 
박수근미술관 옆 수근수근.
거기에 들어가면 예쁘게 생긴 고양이가 반겨줍니다.
아이스티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그 고양이가 제 품에 안기는 바람에 한참을 앉아 있었죠.
 

사진: Unsplash 의 Yerlin Matu

 
그렇게 나오면 미술관의 부지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건물 하나만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박수근기념전시관, 박수근 파빌리온, 현대 미술관,
어린이 미술관이 모두 다른 건물에 있습니다.
물론 모두 보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루를 잡고 오시길 권합니다.
 
이곳에는 박수근 화백의 산소가 있습니다.
관람 순서는 위치에 따라 박수근기념전시관 - 산소 -
박수근 파빌리온 - 현대 미술관 - 어린이 미술관 순으로
한 바퀴 크게 돌면
자연스럽게 산책하며 볼 수 있습니다.
꼭 운동화를 신고 가시고요.
 

박수근 화백의 초상,  ⓒ 후안조


먼저 둘러보며 느낀 것은 건축물 또한
공간에 녹아 있는 예술품 같다는 점입니다.
자연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공적인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분 같았죠.
 
전시를 거의 다 볼 무렵 알았습니다.
고 이종호 건축가의 작품이고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자연에 새겨진 익숙한 질서를 존중하는 것임을요.
이런 짤막한 감상과 함께
박수근기념전시관으로 향했습니다.
 

박수근라키비움 건물, ⓒ 후안조


꼭 봐야 할 작품
...  <나무와 여인>으로, 박수근 화백의
나목 시리즈 중 한 점입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장편소설 《나》의
바탕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그는 유독 나무와 여인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림의 크기를 바꾸거나 구도를 조금씩 바꾸며
반복해서 그렸죠.  ...
 

박수근 어린이미술관 내부전시 ⓒ 후안조

 
여인들은 어디론가 걸어가는데요,
우측의 여인은 빨래하러 가는 것 같죠?
당시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죠.

다른 한 여인의 등에는 아이가 업혀 있습니다.
잠이 든 것 같아요.
아이를 업고 집으로 향하는 걸까요.
이 작품에서 다들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날 것 같습니다.
당시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으니까요.
 
작품 하단에 쓰인 박완서 작가의 《나목》에서 따온
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 적어 왔습니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밀레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기를 바랐던 박수근은
가난했던 서민들, 노상의 사람들을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당시 시장의 풍경을 그렸던 거죠.
 

사진: Unsplash 의 Alex Hudson

 
노상에 앉아 있는 여인들은 단순화되어
직선 몇 개로 그려져 있는데요.
1950, 60년대만 해도 시장에 앉아 모여
과일이나 야채를 판매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
 
이와 관련해 박수근 화백의 인품이 드러나는
일화가 있는데요,
그는 시장에서 과일을 살 때면 한꺼번에 사지 않고
조금씩 여러 곳에서 나눠 샀다고 합니다.
 
한 곳에서 사면 다른 상인들이 서운할까봐 그랬다고 하죠.
참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
 
- 정우철 지음, 2022, 『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샘앤파커스, 136-142쪽.
 
정우철
그림에 이야기를 입히는 도슨트 [해설사].
작품 분석이 주를 이루던 기존의 미술 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베르나르 뷔페’ 전, ‘툴루즈 로트렉’ 전,
‘호안 미로’ 전으로 유명해진 그는,
이후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앨리스 달튼 브라운, 앙드레 브라질리에 등의
전시 해설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