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은] 또한 저술가의 경영학적 모델로도 흥미로운 사례다.
무엇보다도 그가 다른 저술가들과 가장 구별되는 것은
자기만의 '저술-출판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책으로 쓰고, 통나무라는 전속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방송에서 강의한다. ...
그의 이러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강점으로 먼저 꼽아볼 수 있는 것은
독자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강력한 문체'다.
도올은 전형적인 '몰아 쓰기'에 '일필휘지' 스타일이다.
시작부터 끝가지 거의 한꺼번에 써내려가기 때문에 호흡이 쭉 이어지고,
글의 흡입력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물론 집필전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만
일단 집필에 들어가면 일사천리로 구성이며 목차를 처리한다고 한다.
...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체상의 강점은 바로 대중성이다.
도올의 글은 어려운 용어나 외국어를 많이 쓰는데도
소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그가 저술가로서 오랜 생명력을 지닐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
... 글에 있어서는 치밀하고 전략적이다.
자기 글을 읽을 대상을 분명하게 정하고
그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을 그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도올은 책을 쓸 때 대상을 25~35세로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세월이 흘러도 늘 독서 대중의 주류를 이루는 이들 연령대에 맞춰
스스로 젊어지는 것이 저술가의 의무이자 철칙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이 작업이 쉬울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여기에 저술가의 생명이 달렸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끈을 놓지 않는가,
그게 내 삶에서 끊임없이 벌여야만 하는 사투라고 할 수 있어요."
...
... 도올은 저술가로서 최대 승부처를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글 쓰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집중해서 글을 써야만 생존이 가능한
모든 저술가들의 숙명이지만
도올처럼 여기저기 할 말도 많고 부르는 데도 많은 사람에겐
그야말로 절대적인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정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자리,
주인이 되는 자리가 아니면 참석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
"저술 세계가 신이 되는 것, 원고를 쓰는 게 신에 대한 경배가 되는 것이 중요해요. ..."
- 구본준 지음, 2008, 『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한겨레출판, 68-69, 71쪽.
구본준
건축 전문기자
건축과 미술, 디자인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며,
<한겨레>에서 대중문화팀장, 책지성팀장, 기획취재팀장 등을 지내고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건축과 미술, 책, 만화 등을 소개했다.
연립주택, 달동네집, 쪽방 등 한국 서민이 살아온 집을 보전하는
집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2014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땅콩집을 짓기까지 과정을 담은 《두 남자의 집짓기》 등
건축 분야 책과 《한국의 글쟁이들》, 《서른 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같은 책을 썼다.
'책 읽기, 글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번역가예요, 아줌마이기 이전에... (4) | 2024.02.08 |
---|---|
심청이 아버지는 왜 잔치가 끝날 때 왔을까? (2) | 2022.10.05 |
언젠가 그리워질 공간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8) | 2022.09.29 |
블로그 방문자 수 늘리는 방법 (11) | 2022.09.04 |
만년필을 쓴다고? 굳이? (4) | 202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