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양에는 물론 실용성이 있다.
창을 열어놔도 실내에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여름에는 햇빛을 가려줄 것이다.

비를 피하는 것은 집 안에 사는 인간만이 아니다.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에 작년 말벌 벌집이 연꽃처럼 남아있다.
박새가 두껍닫이에 둥지를 트는 것도 이 차양이 있기 때문이 틀림없다.
눈이나 입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잠자코 남에게 도움이 되다는 점에서도 차양과 귀는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다.
...

"그러니까 말이죠.
한 1960년 전까지는 도편수가 시공주의 주문을 듣고
곱자와 경험과 감으로 집을 지었거든요.
공동주택 사이즈의 다다미도 아직 등장하기 전이죠.
오동나무 장롱, 삼면 거울, 서안 같은 상투적인 가구가
아무 말 안 해도 다다미방에 균형있게 자리했습니다.
집이 확 바뀐 건 도쿄 올림픽 전후예요."
가즈 씨의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서양식 방을 도입한 문화주택이 일반화되고 텔레비전이 들어왔다는 것.
텔레비전이 거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자 실내의 비율이 순식간에 바뀌었다는 것.
왕이 나타난 탓에 되레 통제를 잃은 가구가 양식과 일본식이 뒤섞어 다양화됐고
디자인과 사이즈가 다 달라졌더는 것.

그러면서 특히 다다미방에 가구를 배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그게 방 및 가구 배치와 관련해서 고도 경제 성장과 더불어 등장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는 것.
마쓰이에 마사시(松家仁之) 지음, 권영주 옮김, 2018,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비채, 64, 176-177쪽.
원제: 優雅なのかどうか、わからない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재학 시절 <밤의 나무>로 제 48회 문학계신인상 가작을 수상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출판사 ‘신초샤’에 입사하여 2010년 퇴사하기까지 다수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갔다. 2009년부터는 게이오 대학 종합정책학부의 특별초빙교수도 역임했다. 2012년 <신초> 7월호에 장편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일본원제: 화산 자락에서)를 발표, 작가로서 문단에 발을 들였다. 평단과 독자의 호평 속에 제34회 노마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제 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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