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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anJo's Curiosity
역사, 문화, 문학, 예술

문자의 탄생과 인류 문명의 시작

by 후안조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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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짐승처럼 광활한 대지 위를 말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수천 년의 시간동안 모든 것을 다 갖추게 된 것 같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hieroglyphics

 

그리고 문자를 이용하여 수백만 년 동안 내뱉은 소리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수학의 추상적 계산을 이용하여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왔던 대지와 별들,

심지어 왠지 모르지만 곧 생기게 될 필요한 사물들을 감지하기 시작했으며,

수백만 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더없이 익숙해진 사물들을 물리학적 각도에서 보면서

엄청난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또한 둥글고 한 점만이 그릇에 닿는 회전바퀴를 이용하여 도기를 제조하고, 우물에서 물을 길었으며,

수레를 이용하게 됐고, 천을 짤 줄 알게 되었으며, 온갖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눈앞에 있지도 않고 당장 급하지도 않지만 스스로 큰일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프랑스의 유명한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 Claude Levi Strauss도

이것을 "신석기 시대의 모순"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전면적으로 시작된 이 신비한 현상 속에서 가장 관건이 되었던 요소는 무엇일까?

 

나는 문자의 발생과 발전을 가장 가능성이 큰 후보로 꼽는다.

우리는 소리가 있는 언어와 소리가 없는 사유 또는 상상을,

문자가 백반(명반석을 전련煎煉 하여 결정을 이룬 것 - 옮긴이) 처럼

한꺼번에 침전시키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청동기 시대 갑골문, 출처: Wikipedia

 

문자가 생겨남으로써 인류의 사유와 표현은 시간의 독재에서 벗어나

순간적으로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 않으면서 축적되기 시작했고,  점차 두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문자는 공간적 거리와 시간적 거리를 포함하는 언어 연계의 확장력을 크게 증가시켰고,

인간의 영감, 발견과 발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인간의 사유를 지속시켜주는 중요한 근원으로서의)

곤혹감을 더 이상 고독하지 않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이고 면밀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문자는 장시간 추상적인 사유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중간에 발길을 돌릴 수 있는 반성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수정되고 보완된 항로를 따라 회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따라 사유는 수정되거나 보완됐고,

앞을 향해 대담하게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면서도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계속 기존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문자가 생겨남으로 인해

인류는 완전히 새롭고 전면적인 보존 형식을 확보하게 됐고,

이를 통해 기억과 대화, 사유를 몸 밖에 둘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저장 창고는 우리의 몸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억을 상실하거나

늙어 죽는다고 해도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2015, 『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김영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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