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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anJo's Curiosity
건강, 라이프스타일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

by 후안조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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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태양》의 1998년 8월호 특집은 '수집가, 가보를 모으는 사람들 총집합!'이었다.

이 장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영원한 나만의 대유행' 기사에는 수집가 열다섯 명이 등장한다.

 

수집대상은 네온사인 벽시계, 의자, 새의 깃털,빌리켄*, 미술품, 가구 등에

이어 도자기 요강까지 있어 감탄을 넘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 빌리켄: 머리가 뾰족하고 눈썹 끝이 치올라간 짖꿎은 어린아이 모양을 한 행운의 동상

 

 

흥미롭게도 열다섯 명 수집가 가운데 여자는 만화경과 페즈 캔디를

모으는 두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남자였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수집가 가운데 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분의 2라고 할 수 없다.

모두 남자로 해 버리면 균형이 맞지 않으니, 여자를 몇 명이라도

끼워 넣으려고 편집부가 고생깨나 한 것 같았다.

근거 없는 상상이 만든 수치지만 수집가의 남녀 비율은 100대 1쯤이 아닐까.

압도적으로 남자우위(열위?) 세계다.

 

그래도 20년 전이나 30년 전에 비하면 그나마 여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헌책의 세계도 그렇다.

...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현저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물건 수집하기'라 할 수 있다.

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잡지 취재 때문에 어느 심리학자에게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수집가 심리'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수렵시대의 DNA'이다.

석기시대에 우리 선조는 움막에 살며 식량을 스스로 조달했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수컷의 역할이었다.

부인이나 아이 혹은 늙은 부모를 위해 사냥을 나가거나

해변에서 어패류를 잡았다.

 

사냥중인 부시맨[19세기 삽화], 출처: 위키백과

 

하지만 겨울이 되면 식량 조달이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수컷은 부지런히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여

되도록 많은 식량을 그러모으고 저장한다.

필요한 양보다 많은 식량을 미리 포획하고 가능한 많은

음식을 저장하려 했던 수컷의 역할이 혈관 깊숙히 흘러들어

지금도 남자는 물건을 모으고 저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 '왕국을 통솔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 왕들은 다민족을 구축하거나 침략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다.

전제 군주로서 국가와 국민을 통치하고

그 정점에 서기 위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

 

스키타이 사신을 맞는 페르시아왕, Franciszek Smuglewicz 작품, 출처: 리투아니아 국립미술관

 

때때로 너무 커진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실각하기도 했다

남자는 모두 태어나면서 '왕' 기질을 가진다.

이것이 물건을 수집하려 하는 심리의 근거다.

...

비록 서랍 하나일지라도 그에게 그 공간은 영토이며, 모아둔 물건은 보물이다.

그런 '지배욕'에 의해 수컷으로서 자신을 완성해간다.

 

오카자키 다케시[岡崎武志] 지음, 정수윤 옮김, 2014,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 166-169쪽.

1957년, 오사카 히라카타 시에서 태어나 리쓰메이칸 대학을 졸업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잡지 편집자 생활을 거친 뒤 프리라이터와

서평가로 활동중이다. 헌책을 좋아하여 서적 잡지 『SUMUS』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장서의 괴로움』 『독서의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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