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플랜테리어나 그린 인테리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라는 뜻인데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거나
카페 문화나 공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식물이 오브제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불어닥친 세계적인 흐름이다.
새삼스럽긴 하다.
원예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유서 깊은 취미이다.
유럽의 식민지 수탈이 본격화되던 열강 시대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대중화된 원예산업과 정원 가꾸기는
유럽, 미국, 일본, 호주에서는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70년대 이후 베란다 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네도 집집마다 화분 하나 정도는 다 있었다.
동네마다 화분 좀 만지신다는, '그린 썸(green thumb)'을 가진 어르신도 여럿이다.
그래서 다세대 골목가의 건물 옥상이나 자투리 땅에는 어김없이 텃밭 화분이 자리하고 있고,
벤자민, 금전수, 난, 산세베리아, 고무나무, 제라늄 등이 가득한 베란다나 창가 풍경은
체리색 몰딩만큼이나 익숙한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인도어 가드닝(indoor gardening)은
과거 어르신들의 소일거리쯤으로 치부되는 화분 가꾸기와 출발 지점부터 전혀 다른 이야기다.
힙스터* 문화의 근간은 자연주의와 전통과 노동에 대한 경배다.
조금 느리고, 불편하고, 투박할 수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기르고, 해 먹고, 만드는 행위,
그리고 그런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가족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는
자연히 자연주의와 맞닿았다.
그런다 재발견된 분야가 아웃도어 라이프다.
* 힙스터(Hipster)는 아편을 뜻하는 속어 hop에서 진화한 hip, 혹은 hep이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1940년대의 재즈광들을 지칭하는 은어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자연친화, 평화, 채식주의 등의 가치를 추종하는
20~30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들은 '노력하지 않은 멋'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듬지 않은 머리카락, 깎지 않은 수염, 뿔테 안경, 딱 붙는 하의,
늘어난 상의, 빛바랜 체크무의 셔츠와 같으 패션을 추구한다.
또한 씻지 않은 듯한 모습과 몸에 문신을 하고, 애플이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키백과에서 발췌]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캠핑을 비롯한 아웃도어 라이프는 열풍을 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불을 당겼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은 낚시, 서핑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어느 정도 임계지점에 다다르자 라이프 스타일 산업은 인도어, 즉 일상의 공간과 삶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경적 요인도 충분했다.
1인 가구의 비약적인 증가, 정원과는 거리가 멀어진 도시의 주거 환경, 얄팍해진 젊은 세대의 주머니 사정,
여성 소비자에게 보다 친화적인 정서 등 여러 일상적인 요소가 결합하면서
인도어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다시 한 번 대폭 성장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것이 북유럽이다.
이 분야의 교과서는 언제나 북유럽이었다.
날씨 탓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그들은 안락한 일상을 가꾸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생활 태도 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을 질리지 않으면서도 아늑하게 꾸미는 인테리어도 선진의 문화였다.
가구, 조명, 몇 가지 정갈한 색과 함께 식물은 그들 일상의 모티프였다.
실내에서밖에 식물을 기를 수 없는 그 동네의 기후 특성상 인도어 가드닝은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을 동경하는 시선과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힙스터 문화가 접점을 이루면서
오늘날 식물, 혹은 화분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린'에서 '인테리어'로 넘어갔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북유럽이나 포틀랜드 발 인도어 가드닝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협소하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실내 공간에서 살 수 있어야 하고, 개성을 발산하는 식물이어야 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식물들, 예를 들면 일반 화원에서 볼 수 있는
허브와 같은 친숙한 식물들은 취급하지 않는다.
힙스터 특유의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소 그늘진 공간에서도 잘 자라면서도 특이한 외형을 가진 양치식물류나 용인 몬스테라, 필레아, 칼라데아, 셀렘
그리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햇빛의 영향을 적게 받는 스킨과 같은 각종 덩굴 식물류,
탈란드시아, 브로멜리아드, 석송, 박쥐란, 갈대선인장과 같은 행잉 플랜트로 활용 가능한 식물들이 주력이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기르는 식물류와는 떡갈고무나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겹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봐도 뮌헨이든, 포틀랜드든, 뉴욕이든, 멜버른이든, 부에노스아이레스든, 서울이든
등장하는 식물들이 비슷비슷한다.
축약하자면 힙스터 문화를 끌어안은 라이프스타일 산업과
비좁은 집에서 비싼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는 전 세계 대도시 젊은이들의 주거환경과
북유럽 인테리어가 만난 지점에 지금의 그린 인테리어가 있는 셈이다.
김교석 지음, 2017, 『아무튼, 계속』, 위고, 57-61쪽.
어려서부터 나만의 의자를 갖고 싶었다. 책상이나 식탁 의자가 아니라
차 한잔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나만의 안락한 요새.
『아파르타멘토』 같은 잡지에 나오는, 책으로 뒤덮인 책장 옆이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한구석에 작은 스탠드를 옆에 두고 앉아
신문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대한 깊은 동경이 있었다.
나만의 공간에서 받는 충만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뒤를 지켜주는 안전망과 같다.
우리의 인생이 상태가 어떨지 모르는, 미지의 출렁다리를 걷는 것이라면 나
만의 안온한 공간은 그 아래 받쳐져 있는 안전그물이다.
우리가 각자 나만의 세계를 갖추어야 하는 이유이고,
공간을 가꿔 자신의 성城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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