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미루는 사람과 물건을 못 버리는 사람

미루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종이 더미에 파묻혀 사는 것 이외에도,
흔한 것이든 진귀한 것이든 가리지 않고
온갖 것을 다 모아두기를 좋아한다.
...
 

 
그들은 자신은 그 난장판이 미루기와
관계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물건을 버리는 것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잡동사니들이 쓸데없이 자신들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도
그것들을 버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
 
[이에 대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이다.
 
     1. 나는 잡동사니를 사랑해.
     2.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3. 나는 물건을 절대 안버려.
 
...
그들은 거의 항상 자신들이 보물을 끌어안고 있는듯한
느낌으로 갖가지 이유를 대곤 한다.
...
 
이유 1: 나는 잡동사니를 사랑해
사실 우리들 대다수는 잡동사니를 사랑했던
기억들이 있다.
우리의 보물들은 오래 전에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거나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요구는 변했고,
더욱이 계속해서 먼지를 털어내고,
놓아둘 자리를 찾아야 하는 보물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당신은 여전히 이 모든 물건들의 관리자로
남아있고 싶은가?
 
잡동사니들과 처음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스스로 중대한 약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매우 감상적이었다.

감상은 잡동사니 난장판의 주 원인이다.
...
 

 
우리 집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찰흙으로 만든 거북이, 보이스카웃 시절에 만든
기념패 등을 포함해
아이들이 만든 온갖 종류의 멋진 것들로
가득 장식되어 있다.
게다가 나도 잡다한 장식품이나 책들을 잔뜩 쌓아놓았다.
...
나는 아직도 내가 왜 그 모든 책들을 샀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그 책들을 대부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
 
책과다른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옛날에는 내가 이것을 좋아했을 거야.
         하지만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가?
     * 옛날에는 이것이 필요했겠지.
         하지만 지금도 필요한가?
     * 옛날에는 이것이 내게 기쁨을 주었을 거야.  ...
         아직도 정말 내가 이 물건들을 원하고 있는가?
 
마침내 나는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마음에 드는 물건은 남겨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조금 마음에 드는 것들도 버렸다. 
아주 마음에 드는 것들만으로도 넘쳐나니까. 
...
 
이유 2:  언젠가 필요할지도 몰라
물건 모아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래된 물건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바로 '언젠가 정말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낡은 식기, 단추, 교과서, 옷, 고장난 장난감,
나무 조각, 조리기구, 녹슨 못,
커튼, 사진 필름통, 자동차 부품,
짝이 맞지 않는 찻잔과 받침 등,
만일 어떤 물건이 아직까지 필요없었고
지금도 필요가 없다면 
앞으로 필요할 일이 있겠는가?
...
 

 
 
우선, 그 물건의 가치 또는 잠재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라.
운이 좋으면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야
20달러 정도의 가치가 있을 물건들을 관리하느라
수백 달러 어치의 당신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음을 발견할지 모른다.
...
 
당신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다른 것들은 어떠한가?
옷 색이 바래고 찢어졌을 때, 
페인트를 칠할 때 입거나 개를 목욕시킬 때
입을 생각으로
버리지 않고 한쪽에 치워 놓는다.
물론 잡일할 때 입을 작업복 한두 벌은 꼭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못 쓰게 된 옷 모두를 작업복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
 

 
당신은 어떤 물건을 버리고 나면
바로 다음 날 그 물건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건을 함부로 버리기를
꺼릴지도 모른다.  
...
어떤 물건을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때에는 
그 물건을 다시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또는 그것을 다시 사는 데 얼마나 들지 물어보라.
 
그리고 그 물건을 다시 구할 때 때 들게 될 비용과
전혀 필요없을 지도 모르는 그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당신의 시간과 노력을 비교해 보라.
 
이유 3: 나는 물건을 절대 안버려
이것은 잡동사니들을 모으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잡동사니들을 소중히 생각하거나 
언젠가 그것이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서가 아니라,
단지 물건을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물건을 버린다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해서 포기하려 하지 말라.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있으면 부자가 된 듯
든든한 느낌이 드는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언젠가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있다면 그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정말로 경제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보다 건설적인 방법을 선택하라.
오늘 당장이라도 매주 얼마씩 저금을 하라.

이미 잡동사니로 가득한 집안에
다시 물건을 사들이는 대신
차라리 그 돈을 매주 저금한다면
머지않아 꽤 상당한 돈이 마련되어
물건을 모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통장에 저축된 돈은 당신에게 기쁨을 주고,
마음이 든든해져 그 동안 든든한 자산으로 생각해왔던
잡동사니들을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리타 엠멋 지음, 최정미 옮김, 2001, 
『세상의 모든 굼벵이 들에게』, 뜨인돌, 184-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