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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anJo's Curiosity
자기계발

손흥민을 국제적 축구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의 철학

by 후안조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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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자마자
밥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는 것은 아니다.
성장하며 매일매일 밥숟가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에 넣다 보니
이제는 불 꺼진 방 안에서도 밥숟가락만큼은
정확히 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왜 그럴까?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사진: Unsplash 의 Travel Nomades

 
흥민이가 나에게 축구를 배우며 하루에 몇 시간씩
볼리프팅만 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회자가 되었다.
반복의 중요성은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어떤 종목이든 운동선수들이
몸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는 건
반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슈팅 하나만 하더라도 수십만 번을 반복해야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밥숟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 경지.
그런 경지에 이르러서야 축구선수는
공을 좀 다룬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몸과 정신을 가진 이가
밥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것이 기본이듯,
모든 것은 이 '기본'에서 시작된다.
 
홍민이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7년의 시간이 걸렸다.
365일 쉬지 않았다.
방학 때 친척집에 놀러 가는 일도 없었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가족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는 말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겸손'과 '성실'이다.
 
... 기본기라는 건 3~4년해서 될 게 아닌데
요즘 보면 6개월 정도 운동하고
기본기를 마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도, 가능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하나'라는 숫자부터 시작한다.
이 하나를 익히기까지 꼼꼼하게 하다 보면
다른 이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하나의 기술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둘'의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내 아들들에게도 그랬고,
지금 지도하는 아카데미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6개월 만에 기본기를 끝내고
곧바로 공을 차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방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몇 년이 지나도록 기본기만 쌓는
우리 아이들이 더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담컨대 기본기를 익힐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언정
그 다음 단계에서부터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적응한다.
...
 

사진: Unsplash 의 Eleonora Albasi

 
아이들은 대나무와도 같다.
대나무는 땅 밑에서 뿌리 작업을 하는 데만
5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견고한 대나무를 지상으로 뻗어내기 위한 작업을
땅속에서 그토록 오랜 시간 하는 것이다.

대나무가 위로 뻗어 나오는 것만
중요하다 생각했다면,
땅속 견고한 뿌리 없이 위로 뻗기만 했다면,
어느 날 사소한 태풍에도 쉬이 넘어갈 것이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태풍과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다.
 
위로 뻗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기본 작업을 깊고 넓게 해야 한다.

위로 올라오는 건 늦어질 수 있지만,
이 작업이 끝나고부터는 대나무는 잘 자랄 때는
하루에 20, 30센티미터씩도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풍토에서는
뿌리 작업을 오래 할 수가 없다.
그냥 몇 달만 하고 뿌리가 내렸다고 치고
성급하게 밖으로 내보낸다.
아이의 뿌리가 땅에 굳건히 박혀 있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염두에 두지도 않는다.
 
나는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
 

사진: Unsplash 의 Md Mahdi

 
지금도 학교에 가서 [축구부] 선수로 뛰면
중학교 1, 2학년, 고등학교 1, 2학년은
제대로 된 교육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곧 상급학교에 진학할
3학년에 포인트를 맞춘다.
 
그 이유로 흥민이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축구부에 보내지 않고
그 어디에도 노출시키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서두를 일이 아니었다.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경기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고
그 말도 일면 맞지만,
기본이 잘된 어린 친구들은 감각이 뛰어나서
몇 경기만 뛰어도 금방 적응을 한다.

볼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지,
몇 경기에 출전해 봤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진: Unsplash 의 Jason Abdilla

 
나무를 벨 시간이 여섯 시간 주어진다면
네 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겠다는 링컨의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기에 오랜 시간 매달리는 사람을 보며
미련하다고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기본기야말로
그 어떤 방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녔다.

더 빨리해보겠다고 무딘 도끼로
백날 나무를 베어봐야
힘만 빠지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
 

- 손웅정 지음, 2021,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수오서재, 120-125쪽.
 
손웅정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 축구 지도자.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중학생 시절 춘천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춘천고등학교 졸업 후 명지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그해 상무에 입단해 3년간 상무불사조 소속으로 뛰었다.
이후 현대호랑이(현 울산현대),
일화천마(현 성남FC)에서
프로선수로 활동했다.
1986년, 87년 국가대표 B팀으로 선발되어
활동하던 중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990년 이른 은퇴를 했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일용직, 막노동 일을 찾아 하면서도
축구만 생각한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실력을 반추하며
‘기본기’의 중요성에 집중했다.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본기와 인성이라 보며,
꾸준하고 끈질긴 노력, 감사와 존중의 마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강조해왔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두 아들의 축구를 직접 지도했고,
유소년 축구 교육 센터 ‘손축구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독서와 운동,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며,
아들 손흥민 선수의 케어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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