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대안을 만드는 세 번째 방법은 바로 '교환exchange'이다.
협상 당사자들끼리 서로 중요도가 다른 안건을 교환해 가치를 키우는 협상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외제 중고차를 한 대 사려 한다.
그야말로 '딱'이라고 생각되는 사양의 차를 힘들게 찾아냈다.
가격을 물어보니 6,000만원이라고 한다.
딜러에게 100만원만 깎아달라고 사정해봤지만,
절대 깎아주지 않는다. 참 깐깐한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중고차는 딜러의 가격결정 권한이 크다.
한마디로 딜러 마음이다.
자, 딜러에게 무슨 말을 하면 100만원을 깎아줄까?
"요즘 내 주변에 중고차 사고 싶다는 친구가 다섯 명 있다.
혹시 필요하면 이 친구들 연락처를 주겠다."
딜러 입장에서 잠재고객 다섯 명의 DB를 확보하는 게 중요할까, 중요하지 않을까?
꽤 중요하다.
딜러 입장에서 6,000만원짜리 팔면서 100만원 깎아주는게 어려울까, 어렵지 않을까?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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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법을 협상학에선 교환이라 한다.
나한테 덜 중요한 걸 주고, 더 중요한 걸 받아내는 협상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비즈니스 협상에서 '교환'은 어떻게 이뤄질까?
1998년 진행된 볼보기계건설과 삼성중공업의 M&A 협상에서 이 방식이 사용됐다.
볼보는 IMF 한파 이후 삼성중공업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중장비 분야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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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초기에는 양측 모두 매각비용을 얼마로 할 것인지에 촛점을 맞췄다.
하지만 볼로로서는 내심 [인수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하나는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싼 한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시아에서 브랜드가 높은 삼성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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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안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삼성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볼보와 기술제휴를 하자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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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자가 사로 교환할 안건들을 만들어냈고, 이 협상은 양측 모두 만족하는 결과로 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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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교환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양측이 협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 순위가 뭔지를 파악해야 한다.
협상학에선 이를 '우선순위 파악discovering priority'이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각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안건을 교환exchaging agenda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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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말한다.
"협상이란 주고받는 것"이라고.
어떤가? 맞는 말인가?
정확히 말하면 이는 반만 맞다.
협상이란 단순히 주고받는 게 아니다.
내게 덜 중요한 것을 주고, 더 중요한 것을 받는 것이다.
최철규 지음, 2015, 『협상의 신 -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움직일 것인가 』, 한국경제신문, 73-79쪽.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으며 런던정경대(LSE)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하여 경제부와 금융부 기자로 일했다.
미시간 경영대학과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협상교육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경제신문사 기자로 일할 당시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이후 경영자와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협상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