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행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모두 선글라스를 낄까?

후안조 2022. 8. 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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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거리 풍경은 독특하다.
이탈리아 특유의 상점 입구 디자인이나
도로 표지판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다.
다른 지중해 국가와 비교해도 휠씬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 겨울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길을 걷거나
쇼윈도를 구경하거나
야외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왜 일까? 
...
 

 
키케로는 "얼굴은 마음의 초상이요
눈은 마은의 통역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눈에서 드러나는 표정을 감출수 있다면
이탈리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조심스러운 상호작용에 임할 때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 최대의 선글라스 제조국은 역시나 이탈리아다.

레이밴 선글라스를 보며 미국적인 것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레이밴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은
1961년 돌로미테 산악 지대의
소도시 아고르도에서 창업했다. 
창립자 레오나르도 델 베키오는
고아원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제 본사를 밀라노에 두고 있는
그의 회사 룩소티카는 오클리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으며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샤넬,
프라다, 랄르로렌, 도나캐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업체들을 위해
선글라스를 제조한다.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홍보하고 싶어하는
자기 이미지는 따스한 심성으로
항상 미소짓고 유쾌하게 웃으며
아무 근심없이 화기애애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웨이터가 여자 손님에게 농담하거나 치근덕거리는
이탈리아 말이다.
...
 

 
이탈리아인의 속성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그들의 낙천성이다. 
이 낙천성을 지탱해 주는 것은
어떤 역경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굳은 결의다.

이것은 이탈리아가 가진 여러 측면 중에서
중요하고도 유쾌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특성을 통째로
일반화하기에 앞서 우선 번역하기 까다로운
이탈리아 용어
두 가지를 익혀두는 것이 좋겠다.
 
하나는 '가르보(garbo)'이다.
사전적으로는 대새 '기품'이나 '예의'로 번역되지만,
이러한 번역은 어감만 시사할 뿐이다. 

물론 기품있게 행동하는 남여에게 '가르보'를
갖추었다고 말한다.
허나 가르보는 이탈리아에서 의사결정자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기도 하다.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우유부단해 보이지 않는
능력,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너무 상하게 하지 않는 능력,
입장을 미세하게 바꾸면서도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는 능력 등이 전부 가르보에 해당한다.
 
또 다른 전형적인 이탈리아 용어는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이다.

이 단어는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지은
16세기 궁중 예법에 대한 안내서
궁정인(Il Cortegiano)에서 유래한다. 

이 책을 보면 궁정에서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궁정 조신(朝臣)들은 우아하게 말하고,
똑바로 생각하고, 전사이자 스포츠맨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공적을 증명해야 했다.
 

 
스프레차투라, 즉 태연자약한 태도는
이 모든 것을 세상에 내보이는 방식이었다.
밤에는 촛불을 켜고 독서를 하고
낮에는 검술을 익히느라 진땀을 빼더라도
남들 앞에서는 짐짓 태평한 척하며
그 모든 것이 마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다시 길거리로 되돌아가 주위를 자세히 살피면,
우리는 카스틸리오네가 묘사한 
궁정인의 정신적 후예인 침착한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르네상스 유적 옆에 모여 서서
서로의 귀에 무언가를 은밀히 속삭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니면 스낵바 밖에 세워놓은 컨버터블 승용차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적의에 찬 세상을 응시한다.
머리가 헝클어진 것 같지만,
실은 일부러 세심하게 연출한 것이다. 

완벽하게 손질한 구두와 벨트나 마찬가지로
헤어스타일 역시 기교의 산물이다.
이 현대 궁정인은 자기만큼이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겉으로 보이는] 그의 세계는 우아함과 책략으로
가득하지만, 가족과 학창시절 친구 몇 명을 제외하면
고립된 세계일 가능성이 크다.  
...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이탈리아인의
가장 역설적인 면모는 아마도 충동적인 겉모습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생동감있는 표정,
박력있는 손동작, 폭발하는 감정 밑에는
사실 깊은 신중함과 조심성이 존재한다.

파란만장한 역사와 동료시민의 교활성은
이탈리아인을 치열하게 경계하는 국민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선글라스를 끼고 자신의 표정을 숨긴채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 존 후퍼 지음, 노시내 옮김, 2017,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마티, 207-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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