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잘 해! 죽지 말고!

후안조 2022. 9. 28. 21:24
728x90
반응형

인간에게는 앞뒷면이 있다.

인격이 그렇듯 몸에도 양면이 있다.

 

 

그러니 가슴만이 아니라 등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등 운동에는 노 젓기를 활용한 동작이 많다.

바를 잡아당기면서 날개 뼈를 힘껏 모아야 한다.

 

이 동작을 할 때마다 갤리선을 떠올리곤 한다.

노 젓기는 원래 죄인이나 노예의 일이었다.

특히 군함에서는 전력을 기울여야 할

거친 전투 중에 노예와 죄인이 너무

힘들어 도망칠까 봐 쇠사슬을 목과 발에 채워놓고

노를 젓게 했다고 한다.

 

고전 형화 벤허[Ben-Hur]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친구의 농간으로 귀족에서 하루아침에 갤리선의

노예 신세가 된 벤허는 살기 띤 눈으로 노를 젓는다.

 

어느 날 큰 전투를 앞두고 로마의 장군이 배의 전투력을 점검하러 온다.

배에서는 망치같은 걸로 내려치는 북소리에 맞춰 노 젓는 속도를 조절한다.

 

영화 벤허(1959) 포스터, 출처: Wikipedia

 

장군은 그 템포를 점점 더 빠르게 하라고 명령한다.

병약한 노예들이 여기저기서 하나둘 쓰러진다.

벤허는 장군을 노려보며 끝까지 노를 젓는다.

벤허의 등 근육은 그야말로 포효하는 '짐승'의 것 같다.

 

그런 벤허가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장군은 부하에게 은밀히 명령한다.

저 노예의 쇠사슬을 몰래 풀어놓으라고.

 

그리고 장군은 벤허에게 한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잘해! 죽지말고."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고, 다른 배와 충돌했는지 선실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물이 밀려들어온다.

쇠사슬이 풀려있던 벤허는 살아남아 뗏목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패장이 된 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장군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서 벤허는 장군에게 들었던 말을 되갚는다.

"잘해! 죽지말고!"

...

 

노 젓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노예와 죄인의 몫이었겠지.

나를 채근하는 북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잘해! 죽지 말고!'라는 대사도

노를 저을 때 마다 들려오는 듯 하다.

...

 

 

한 세트만 노를 젓고 나도 등줄기에는 땀이 폭포처럼 흐른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고통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원한 '쾌()'다.

 

인간은 어찌나 신기한지, 노예가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

그 고통스러운 행위를 실컷 하고서는 쾌감으로 느낄 줄 아니 말이다. 

 

류은숙 지음, 2017, 『아무튼, 피트니스』, 코난북스, 63-65쪽.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인권운동사랑방을 거쳐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로 일해 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