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 죽지 말고!
인간에게는 앞뒷면이 있다.
인격이 그렇듯 몸에도 양면이 있다.
그러니 가슴만이 아니라 등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등 운동에는 노 젓기를 활용한 동작이 많다.
바를 잡아당기면서 날개 뼈를 힘껏 모아야 한다.
이 동작을 할 때마다 갤리선을 떠올리곤 한다.
노 젓기는 원래 죄인이나 노예의 일이었다.
특히 군함에서는 전력을 기울여야 할
거친 전투 중에 노예와 죄인이 너무
힘들어 도망칠까 봐 쇠사슬을 목과 발에 채워놓고
노를 젓게 했다고 한다.
고전 형화 「벤허[Ben-Hur]」에도 그런 장면이 있다.
친구의 농간으로 귀족에서 하루아침에 갤리선의
노예 신세가 된 벤허는 살기 띤 눈으로 노를 젓는다.
어느 날 큰 전투를 앞두고 로마의 장군이 배의 전투력을 점검하러 온다.
배에서는 망치같은 걸로 내려치는 북소리에 맞춰 노 젓는 속도를 조절한다.
장군은 그 템포를 점점 더 빠르게 하라고 명령한다.
병약한 노예들이 여기저기서 하나둘 쓰러진다.
벤허는 장군을 노려보며 끝까지 노를 젓는다.
벤허의 등 근육은 그야말로 포효하는 '짐승'의 것 같다.
그런 벤허가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장군은 부하에게 은밀히 명령한다.
저 노예의 쇠사슬을 몰래 풀어놓으라고.
그리고 장군은 벤허에게 한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잘해! 죽지말고."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고, 다른 배와 충돌했는지 선실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물이 밀려들어온다.
쇠사슬이 풀려있던 벤허는 살아남아 뗏목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 패장이 된 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장군을 구해낸다.
그리고 나서 벤허는 장군에게 들었던 말을 되갚는다.
"잘해! 죽지말고!"
...
노 젓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노예와 죄인의 몫이었겠지.
나를 채근하는 북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잘해! 죽지 말고!'라는 대사도
노를 저을 때 마다 들려오는 듯 하다.
...
한 세트만 노를 젓고 나도 등줄기에는 땀이 폭포처럼 흐른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고통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원한 '쾌(快)'다.
인간은 어찌나 신기한지, 노예가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
그 고통스러운 행위를 실컷 하고서는 쾌감으로 느낄 줄 아니 말이다.
류은숙 지음, 2017, 『아무튼, 피트니스』, 코난북스, 63-65쪽.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인권운동사랑방을 거쳐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로 일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