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가 큐레이터예요?
"무슨 일 하세요?"
"학예사인데요."
"네? 하계사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종종 이런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다.
그럴 때마다 학예사는 학예연구사를 줄인 말이며,
박물관에서 일하는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덧붙인다.
그럼 또 큐레이터[curator]와 같은 거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바로 큐레이터라고 하면, 미술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큐레이터가 왜 박물관에 있냐는 표정이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유물이나 작품을
관리하고 조사하며 전시, 홍보 활동을 하는 이를 일컫는다.
때로는 전시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는 일도 아우른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모두 큐레이터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미술관에서는 현대 미술을, 박물관에서는 전통 미술을 전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구분은 갈수록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동시대 미술과 전통 미술 모두 '미술'이라는 시각 매체를 매개로
시간과 공간의 축을 오가며 연구되고 전시된다.
따라서 미술관에서 유물을 만날 수 있고, 박물관에서도 현대 미술품을 전시할 수 있다.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직업군이지만
이 특징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느 기관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업무의 종류와 요구되는 소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체 소장품을 관리하며 운영하는 곳인지, 또는 전시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갤러리인지, 작가나 외부 소장품의 기획 전시를 하는 곳인지에 따라
큐레이터의 역할은 천차만별이다.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 외에도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도 있다.
획기적인 주제로 특별전을 기획하고 여러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학문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고 연구직의 정체성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도 있다.
물론 이 또한 시간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우연히 도착해 있는 어떤 곳은 아니다.
사실 어떤 일인들 마찬가지겠지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큐레이터 지망생 카페에는 이 직업군에 대해
보수에 비해 원하는 학력수준이 높고,
전문성, 꼼꼼함, 열정은 최고치를 요구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딱 맞지는 않지만, 대체로 맞다.
정명희 지음, 202, 『한번쯤, 큐레이터』, 사회평론아카데미, 15-17쪽.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념 특별전 《영혼의 여정》을 비롯해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