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미술관, 라키비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옛날 목조 건물 도서관

후안조 2022. 9. 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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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니시 군이 지금까지 가 본 도서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지?"

콤백 체어에 앉은 선생님이 물었다.

 

"글쎄요."

나는 빨갛게 타오르는 그릴 안을 보면서 생각했다.

학창시절에는 대학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찾던 자료를 발견하면 용건은 끝이었다.

...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 구립초등학교의 오래된 도서관에 도달했다.

 

 

"지금은  이미 부숴버려서 없어졌지만, 초등학교 교정 한쪽에 목조로 된 단층 도서관이 있었어요.

토요일이 되면 늘 거기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 독서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토요일 마지막 수업이었거든요."

...

 

"목조의, 어떤 건물이었는데?"

선생님이 솔직한 호기심을 보이면서 물었다.

"합각머리 지붕의 목조 단층집입니다. 마루는 나무로 되어 있었어요."

"학교하고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나?"

"아니오, 복도는 없었습니다. 비가 오면 모두 우산을 쓰고 갔습니다.

좀 더 옛날, 학교 건물도 목조였던 시절에는 복도로 이어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건축이 잘됐다는 이야기야."

 

선생님 뒤에 있는 수양벚꽃 꼭대기에 붉은 빛을 띤 석양빛이 비추고 있었다.

작은 새 그림자가 상공을 스쳐갔다.

끼이, 하는 소리가 난다.

쇠딱따구리다.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

...

 

"초등학교 도서관은 주위에 신경끄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옆에 친구가 앉아 있어도

책을 읽고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것이나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어딘가에서 또 쇠딱따구리가 울었다.

끼이하는 작은, 그러나 분명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

도서관이 조용한 것은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고,

사람이 고독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면,

선생님은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려는 것일까.

 

 

마쓰이에 마사시[松家仁之] 지음, 김춘미 옮김, 2016,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火山のふもとで], 비채, 176-181.

1958년 도쿄 출생.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재학 시절 <밤의 나무>

48회 문학계신인상 가작을 수상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출판사 신초샤에 입사하여 해외문학 시리즈

신초 크레스트북스를 론칭하고 다수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2009년부터는 게이오 대학 종합정책학부의 특별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2012<신초> 7월호에 장편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원제: 화산 자락에서)를 발표하여,

같은 해 제34회 노마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랐고2013년에는 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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