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화, 문학, 예술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후안조
2022. 9.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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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詩: 박 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 박준 지음, 2018,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48-49쪽.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2013년 신동엽문학상을, 2017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학부분을,
2019년 박재삼문학상과 편운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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