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의 역사
파스타도 이탈리아 음식의 일부였던 역사는 오래지만,
지금처럼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꽤 최근의 일이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파스타는 라쟈냐로 고대 로마에서도 즐겼다고 알려져 있으나
요즘 조리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한편 건조 파스타는 따로 발명되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사막을 건너다니던 대상이 여행을 위한 장기 보관용으로 고안했다.
이것을 아마도 무슬림 정복자들이 시칠리아로 가져왔을 것이다.
1154년에 발간된 고문서에서 모로코 출신의 지리학자 겸 식물학자 알 이드리시는
팔레르모 부근에서 파스타 제조 산업이 번성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한 파스타를 무슬림 국가와 기독교 국가 양편에 수출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트리야itrija'라고 부르던 줄처럼 생긴 긴 파스타가 있었다.
건조한 파스타가 낙타로 이동하던 사람들에게 편리했다면 선원들에게도 마찬가지 였을테니
파스타가 그다음 등장한 곳이 [지중해의 항구도시인] 제노바라는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
제노바에서 파스타가 문헌에 등장한 것은 1279년이며
14세기부터는 제노바 특산 파스타인 베르미첼리vermicelli의 생산이 개시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파스타 하면 계속 시칠리아를 떠올렸고,
18세기부터는 나폴리 사람들에게도 "마카로니 먹는 사람[Mangiamaccheroni]"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1785년에 나폴리에서 파스타를 파는 가게는 280군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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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요즘과는 달리 물보다는 육수나 우유에 끓이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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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소스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스페인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해진 것이 분명한 토마토는
벌써 1568년 쯤에는 '포모도로pomo d'oro' 즉 황금사과라는 의미의 이름을 얻는다.
그러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그랬듯이 이탈리아인도 이를 매우 회의적으로 취급한 나머지
토마토가 식자재로서 이탈리아 요리에 스며든 속도는 매우 느렸다.
토마토를 식자재로 기록한 최초의 레시피는 17세기 말에 등장했다.
이후 100년에 걸쳐 토마토는 나폴리 지역에서 확고한 식재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중부에서는 19세기 말까지도 음식에 신맛을 더할 때에는
시큼한 포도 과즙으로 만든 아그레스토agresto 소스를 썼다.
- 존 후퍼 지음, 노시내 옮김, 2017,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마티, 114-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