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이야기
"나일 강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에 설계된
알렉산드리아의 국립도서관. 벽면에 세계문명을
상징하는 모든 나라의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글씨로는 '세월'이 들어가 있다."
이것이 내가 들은 도서관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
도올 김용옥의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1권에서 이 구절을 읽고 나는 한참을 상념에 빠졌다.
나일 강의 펠루카 위에서 한글로 쓰인 '세월'이라는 단어를 발견하는 상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에 음각된 한글은 단어가 아니라
'세, '월', '여', '름', '강' 다섯 문자이며, 실제 글자는 한글을 모르는 석공이 새긴 듯
어색한 형태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 철학자는 이 문자들을 '세월', '여름', '강' 이라는 단어로 읽은 듯 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내가 받은 감동은 전혀 마모되지 않았다.
...
나는 여전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에는 『훈민정음』에 쓰인 서체 그대로
'세월'이라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고 믿고 있다.
2002년에 개관한 현재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경에 세워진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영광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노르웨이 건축회사 스뇌헤타(Snøhetta)가 설계한 이 원형 도서관은
높이 32m, 원둘레 160m로 2억 2,000만 달러를 들여 완성했다.
80만권이 넘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역시 서기 1세기 경에 이르러서는
약 100만여 권을 소장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당대 최대의 도서관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세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왕들이 이 도서관에 쏟은 열정은
현대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책과 모든 지식인을 이 도서관에 모으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믿기 힘들 정도의 막대한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편법과 계략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 도서관들을 견제하고 더 많은 책들을 가져오기 위해
파피루스의 수출을 금지하기 까지 했다.
당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가장 강력한 경쟁 도서관은
터키 베르가마 지역[고대 그리스의 페르가몬]에 있던 '페르가몬 도서관'이었다.
페르가몬 도서관 운영자들은 파피루스 수출금지 조치에 반발해
양가죽을 얇게 가공하는 새로운 문서매체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페르가몬[Pergamon]'의 이름을 붙인 '양피지(pergament)'이다.
물론 양피지의 발명에 대한 이러한 기록들은 전설에 가깝지만,
이를 통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페르가몬 도서관의 욕망과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 그 어떤 도서관도 2,500여 년 전에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전설과 영광을 뛰어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전설이 그러하듯 고대 아렉산드리아 도서관 역시 어느 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수 많은 가설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이 언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사라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
1,800여 년 만에 다시 지어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세월'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는 오독(誤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밤의 도서관』의 작가이자 세계적인 독서가로 유명한] 알베르토 망구엘은
"공간을 정복하려던 바벨탑과 시간을 정복하려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인간의 야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쌍둥이 건물이다"라고 말한다.
김윤관 지음, 2017, 『아무튼, 서재』, 제철소, 109-112쪽.
목수木手.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가나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기자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활동가가 아니라 그저 작은 소용이 닿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작가나 예술가가 아닌 그냥 목수 아저씨.
이름 뒤에 붙는 목수라는 명칭에 만족한다.
소명 없는 소소한 삶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낮에는 ‘ 김윤관 목가구 공방&아카데미’에서 가구 만들기와
예비 목수 양성에 힘쓰고, 저녁에는 서재에서 텔레비전을 껴안고 산다.